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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창을 그림자로 이어붙인다. 창대를 몇 번 두드려보고는 정비를 끝낸다. 주변을 가볍게 둘러본다.) 흠. (조용하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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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어. (조용히 다가가 팔을 콕, 찌르고서는 올려다보았다.) 옆에 앉아도 괜찮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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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 (놀라진 않는다. 고개만 끄덕인다.) 안 될 이유가 있습니까. 그래주시면 고맙죠. (그리 답하곤 자리를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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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옆자리에 앉아서는 그림자로 이어붙인 창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눈을 굴렸다가, 잠시간 침묵을 이었다. 그러다 말없이 제 손을 바닥이 보이게 내밀고서는 손을 달라는 듯 까닥였다.) 많은 마음을 내어주지 말걸 그랬나 봐요. 저는 슬픈데, 마이어는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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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그림자를 먹어 어두운 창을 발치에 내려두었다. 오래도록 침묵이 이어지는 것도 모르고 있다가 시야 끄트머리에 작은 손이 보이면 조심스럽지만 단단하게 붙잡았다.) ... 슬프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리고... ... 빈자리가 이렇게 크게 느껴질 거라곤 생각하지 못 했습니다. 많이 후회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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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손이 떨리는 것을 감추고 싶어서, 두려움을 감추고 싶어서... 많은 감정이 소용돌이 치는 마음에 그제야 탄식하듯 숨을 내뱉고서는 손을 꾹 쥐고 바닥에 시선을 두었다.) 울고 싶은데, 눈물이 나질 않아요. (떨리는 목소리를 삼키고서는, 다시금 평온한 낯을 하고서는 바라보았다.) ... 마이어, 위로가 필요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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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를 보는 낯은 평온했음에도 맞잡은 손이 떨리는 것 같았다,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지만 어깨는 작게 떨리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맞잡은 손에 힘을 실었다. 손을 단단히 고쳐잡고는 어깨를 당겨와 조심스레 안아주었다.) ... 네, 필요합니다. (사실 위로는 저보다는 네게 더 필요해보였다. 고작 위로 하나를 솔직하게 하지 못 해 제 핑계를 댄다. 그러나 네가 그림자 속에 숨어 마음껏 울 수 있기를, 위로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만큼은 숨기지 않았다.) ... 저도 울고 싶은데. 눈물이 나지 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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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어둠은 항상 차갑기만 하리라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끌어안는 손, 품의 온기가 따스했다. 그제야 힘이 풀리는지 숨을 몰아쉬고서는 웃음을 흘렸다.) 위로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저보다는 당신이 더 마음이 아플 텐데. 주위의 죽음이 두렵진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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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가다듬고 평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흘러가는 인연이라고 생각했는데, 제게도 이리 마음이 아픈 일이라면... 가늠이 되지 않을 상실에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경합이 끝나면 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 이제 마지막이 다가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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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위로하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조금 서툴지만 느린 박자로 등을 다독여준다. 고개를 젓는다.) 괜찮습니다. 곁에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고 고맙습니다. (잠시 말이 없다가.) … 두렵지 않다면 그 또한 거짓이겠죠. 제가 죽거나 다치는 것은 각오했었지만, 다른 이들의 죽음에 대한 각오는 부족했던 모양입니다. (마지막날을 모두 함께 맞이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답지 않게 나약한 생각이었다. 인간은 죽음 앞에서 이렇게 무너진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생각이 있다.) … 제라, 경합이 끝나면… 그때 한 번 더 위로해줄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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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여오는 손길에 느지막이 눈을 감고서는 그저 온기를 느낄 뿐이었다.) 후후, 그러게요.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마음대로 되지 않고, 이야기로 엮을 때에 그 부분이 재미있는 점이니까 말이에요. 하지만 현실로 다가올 때에 무게는 다르니. (그제야 시선을 들었다. 어쩐지 슬프게 다가오는 표정에, 손을 들어 위로하듯 결을 따라 머리를 쓰담았다.) 그럼요, 기회가 된다면요. 약속할까요? (맞잡은 손을 들어 보이고서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기다릴게요. 다른 약속이 있어도 마이어를 먼저 할 테니 찾아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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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답은 않고 일정한 박자로 손을 움직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개를 들어올리고, 제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눈을 마주한다. 확실하지 않은 약속을 자꾸 입에 올리게 되는 것은 왜일까. 맞잡은 손으로 전해지는 온도는 따스했다.) ... 예, 약속해주시죠. 그리고 기회가 되면 하겠다는 말 대신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고 해주십시오. 오늘 경합이 끝나면... 이번엔, 제가 먼저 찾아가겠습니다. (그리 답하곤 제 머리를 쓸던 손을 감싸쥐어 내린다. 슬쩍 고개를 돌려 손바닥에 고개를 묻었다. 작은 손은 제 뺨과 입을 가볍게 스치고 지나간다.) 오래 기다리는 일은 없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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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저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 어쩌면 보지 못할 수도 있으니 너무 마음 주지 말아요. ... 미안해요. (손으로 느껴져 오는 온기에, 얼핏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마저도 확실히 약속할 수 있는 게 아니니. 스치는 볼을 살포시 엄지로 쓸고서는 그대로 손을 내렸다.) 마이어가 제게 원하는 것이 생겨 기쁘네요. 그래도... 다시 보면 더욱 좋지 않겠어요? (다시금 시선을 돌렸다. 이중적인 제 자신이 너무나도 싫어서 도망가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기다리는 이들이 너무 많아 삶에 미련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좋은가.) ... 그리고 후회하지 말아요. 당신의 선택에 실망하는 이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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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한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 그말이 오늘따라 무겁기만 하다. 고국을 떠나올 때 이 땅을 다시 밟게 되지 못 할 수도 있다는 것은 각오했다. 그러나 실전은 예상과 너무나도 달라서. 각오하지 않은 일들만 계속해서 일어난다. 지키지 못 할 약속은 희망이라는 이름 아래 계속해 쌓이기만 한다.건네오는 말을 묵묵히 들었다.) 예, 후회하지 않겠습니다. ... (순간, 스치고 떨어지는 손이 아쉽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다시 입을 연다.) 더욱 좋겠죠. 그렇다면 한 가지만 더 바라도 괜찮겠습니까? (후회하지 말라고 했으니 하고 싶은 말을 숨김 없이, 도망가지 않고 전한다.) ...다시 만난다면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제라, 당신이 궁금해했던 제 이야기도 들려주고 싶습니다. 그러니 돌아와주십시오.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저 또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 말은,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없도록 싸울 수 있길 바라는 말이자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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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저는 본디 자유를 사랑하는 인간이라 약속이라는 이름에 묶이기 어려워하는데 말이에요. (눈을 깜빡, 굴렸다가 잡은 손을 놓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서 네 앞에 서서는, 가벼이 꾹 끌어안고서는 고개를 숙여 속삭이듯 이야기를 이었다.) 약속할게요. (짧은 말이었지만 평소와는 다른 무거운 목소리였다. 약속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겠다는 듯, 마음에 새겨두겠다는 듯이. 생경하게 느껴지는 향은 바다의 향이려나, 최선을 다해야 겠다.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하며 가벼이 등을 두드리고서 몸을 떼었다.) 후우, 무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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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짐을 진건 처음이라 더 긴장이 되는걸요. 돌아오면 꼭 제 이야기도 해드릴게요. 그러니 마이어도 약속 잊지 마요. (어쩐지 어색하게만 느껴져 부러 장난을 치듯 씩씩대고서는 몸을 돌렸다.) 어찌 되었건 최선을 다하길 바랄게요. 마지막에도 잘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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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더 잡지 않았다. 제 앞에 선 모습을 그저 보기만 하다가 가볍게 끌어안고 속삭이는 목소리에, 그러나 무거운 목소리에 그저 고개만 끄덕인다.) ... 예, 약속해주십시오. (이어지는 말엔 조금 멋쩍은 표정으로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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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는 절대 약속을 잊지 않습니다. 꼭 지킬 테니, ... 저희 모두 최선을 다하죠. 마지막까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시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