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대화
  • 오제라
  • 제레마이어

  • 제레마이어
    (소란한 틈으로 익숙한 모습을 찾아 걸음을 뗀다.) 제라, 약속 지키러 왔습니다.
  • 오제라
    어머, 마이어. 수고 많았어요. 많이 허름해졌군요? (팔을 끌어 제 옆 자리를 내어주었다.)
  • 제레마이어
    예, 제라도 고생 많았습니다. (팔을 끄는대로 따라가 옆에 자리한다.) ... 알고는 있었지만 약속을 지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군요.
  • 오제라
    후후, 걱정 많이 했어요. 그래도 돌아와 보니 좋네요. 약속도 모두 지킬 수 있을테고요. ... 아쉽지만 그래도 잃은 것은 없으니. (제게는 그랬다.) 마지막 경합은 좀 어떠셨나요?
  • 제레마이어
    ... 예, 약속도 전부 지킬 수 있겠습니다. (작게 웃는 소리를 냈다. 잠시 말이 없다가.) 글쎄요... 아마 제 성미대로 했다면 정말 죽을 때까지 싸웠을 겁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미 한 명을 잃은 데다가, 무엇보다 당신과의 약속이 있었기에 살아남고자 했습니다. 결론은 만족스럽다. 겠군요.
  • 오제라
    그래요, 그래도 돌아와 웃으니 좋아요. 만족스럽다니 더더욱 다행이구요. 마이어가 그리 저와 한 약속을 중히 생각해주니, 으음... 앞으로의 약속은 지키겠다고 확답드리겠어요. (흘러내린 머리칼을 정리하듯 뒤로 넘기고서는, 제 손가락을 내밀고서 걸라는 듯 시선을 맞추고 웃어보였다.)
  • 제레마이어
    (이어지는 말은 가만 듣는다. 확답이라는 말에는 조금 더 밝은 표정이었고. 제게 내밀어온 손가락에 손을 건다.) 예, 확답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 돌아간다면, 일이 정리되는 대로 아슈하바트부터 방문해볼까요. 제라의 극을 보고 싶으니까요. (이제는 지키지 못 할 약속이 아니었다.)
  • 오제라
    그거 알아요? 저는 처음에 마이어를 봤을 때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웃지도 않고, 험악하고. 새삼 떠올라서. (손가락을 가볍게 흔들고서는 손을 떼었다.) 극을 보고 매일 보러 온다고 하면 어쩌나 모르겠어요. (부러 농을 하고서는) 마이어는 원래 남부로 돌아가게 되면 어떻게 하려고 했어요?
  • 제레마이어
    그, 그랬습니까? (그 말엔 멋쩍은지 안경을 고쳐썼다. 여전히 민망한 기운이 가시지 않은 듯한 표정이다. 슬쩍 시선을 피했다가.)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는데... 그럼, 지금은 무섭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리고, ... 매일 보러 가면 안 됩니까? 일은 알아서 잘 끝낼 수 있습니다. (농담 반, 진담 반이었다. 물음엔 잠시 생각한다.) 음, 돌아가게 되면... 남부의 안전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뭐든 하려고 했습니다만. (잠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번 스텔라가 대륙에 드리운 어둠을 걷어낼 수도 있겠죠. 그렇게 된다면 여유가 생기겠군요.
  • 오제라
    후후, 그럼요.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웃어버리고서는 당연하게 끄덕였다.) 그럼요. 얼마나 상냥한 사람인지 이제는 아니까요. 마이어는 제가 아직 불편한가요? (가만 고민을 하는 낯을 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 남부에서는 이렇게 말을 하던가요? 경께서 괜찮다면 매일 보러와도 괜찮습니다. (제 손을 내밀고서는 이어지는 이야기에는 가벼이 웃음 지었다.) 그렇군요? 짐이 조금 덜해진 거 같아서 다행이네요. 좋아요, 그러면... 당신이 이런 다짐을 하게 만든 사람은 누구인가요? 줄곧 궁금했어요.
  • 제레마이어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말엔 다시 작게 입매를 올려 웃었다가, 이어지는 말엔 퍼뜩 고개를 젓는다.) 아니, 아뇨,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불편하지 않습니다. 전혀요. ... 그리고 그건 그냥 제 말투 아닙니까... (민망함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다. 제 뒷목을 문지르다가 끄덕인다.) 그래도 그리 말해주시니 기쁘군요.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손을 내밀면 눈을 깜빡이다 조심스레 잡았다. 뒤를 잇는 물음엔 잠시 생각한다.) ... 한때 제가 영웅이라고 생각했던 이가 있었습니다. (짧게 답하고는 잠시 상념에 빠진다. 손등을 엄지로 가만 쓸었다.)
  • 오제라
    그렇게 부정할 일이에요? (퍼뜩 부정하는 행동에는 웃음을 터트렸다.) 후후, 제일 가까이서 본 남부인이 마이어뿐인데도요. 제법 잘 따라 한 것 같은데. (안경을 슬쩍 올리는 시늉을 했다가, 잡아오는 손에는 순순히 손을 내어 잡았다.) 흐음, 과거형인 걸 보니 어떤 일이 있었겠네요. ... 이제는 아닌가요? (상념에 빠진 얼굴을 보다 시선을 돌렸다. 가만 이야기를 듣겠다는 듯 침묵하고서는 입이 떼이기를 기다렸다.)
  • 제레마이어
    그... 오해는 없었으면 하니까요. (웃음 소리나 따라하는 모습이 민망했는지 떠듬떠듬 답을 했다.) 놀리지 마시죠... (그렇게 말하면서도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이어지는 말에도 한동안 조용하다가 느리게 입을 연다.) 예, 제대로 짚으셨군요. 어떤 일이 있던 게 맞습니다. (더는 주저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간다.)
  • 제레마이어
    그는 제 형이었습니다. 저와 같은 별의 아이였죠. 이제는 플라네테스의 곁으로 떠나간지 오래 됐지만 말입니다. 한때 저는... 정말 형이 이 대륙의 어둠을 걷어낼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허무하게 세상을 떠나버리더군요. 그래서 불안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대단한 사람도 이렇게 쉽게 죽어버리는데, 라우스라의 평화도 어느날 갑자기 끝나는 게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 말입니다.
  • 오제라
    그으럼요. 제가 무슨 오해를 하겠어요. (부러 퉁명스러운 투로 말을 하고서는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제레미도 이제는 인정해야 하지 않겠어요? 본인이 무척 귀여운 고양이 같다는 점이요. (농을 하고서는 이어지는 이야기에는 간간이 고개를 끄덕여가며 경청했다. 영웅이라, 이야기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이 그들의 짐이 되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든다.) 흐음, 형이 있었군요? 그러고 보면 가족들의 이야기도 듣지 못했던 것 같네요. (불안하다는 이야기에는 잡은 손을 꾹, 쥐고서는 무어라 말을 할지 단어를 고르는 듯했다.)
  • 오제라
    사람은 정말 유약한 존재인 것 같아요. 영원할 것 같으면서도 바스러져 사라지죠. 그 충격은 말로 할 수 없고요. (하지만 자신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사랑했다. 별이 있었기에 사막을 횡단할 수 있었듯이.) ... 으음, 그래서 만약 라우스라로 돌아가게 된다면 을 가정해두지 않았던 거군요? 후후, 그래도 새로운 길이 트인 것 같아 다행이에요. 저는 당신이 과거에 붙잡혀 살지 않기를 바라거든요.
  • 제레마이어
    렇다면 다행입니다만... (이어지는 말엔 고개가 푹 떨어진다... 또 고양이 취급을 받아버려서 절망. 천천히 고개를 들며 안경을 고쳐쓴다.) 놀리지 말라 했더니 이번엔 고양이라 하시는군요. 당신은 정말...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지만 나무라는 투는 아니다.)
  • 제레마이어
    ... 그런 이야기를 할 틈은 없었으니까요. (다시 말이 없다. 시선을 손에 두고 있다가 맞잡은 손에 힘이 실리면 저도 손을 고쳐잡았다. 여전히 따스한 손이었다. 이어지는 말은 조심스럽게 골랐다는 게 느껴졌다.) 예, 유약하고 한순간에 사라져버리는 존재죠. 그렇기 때문에 강해지고 싶었습니다. 제 손으로 지금의 모든 것을... 지키고 싶었죠. 그렇게 하면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괜찮아졌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과거에 매여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그렇기에... (눈을 들어 당신을 바라본다.) 제라,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 오제라
    하하하, 그래도 밉진 않죠? (어쩐지 평온한 투에 안심했다.) 그래도 결국엔 들었으니 좋아요. 먼저 들려주겠다는 이야기를 할 줄은 몰랐는데. (단단히 고쳐 쥐는 손에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강한걸요. 지켜냈구요. 어찌 되었건 이겨낼거에요.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고서는 느릿하게 눈을 끔뻑이다, 바라보는 시선에는 저도 마주 보고서는 당연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고맙긴요, 당신이 발견한 길이잖아요. 저는 별일 안 했는걸요.
  • 오제라
    으음, 마이어의 보석을 탐냈었나? (부러 가벼운 농을 하듯 이야기를 하고선 고개를 떨구었다. 제 진심을 내보이기에는 용기가 부족했는지 웅얼이듯 말을 이었다.) 큼, 마이어도 제가 특별한 사람인 것처럼 대해줘서 고마워요. 사실 자신이 없었거든요. 그래도 주변을 보니... 꽤 괜찮은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제서야 고개를 들고서는 뺨을 붉히고선 시선을 맞추었다.) 무튼, 꼭 헤르메스에 들려주세요. 마지막 무대가 될 테니까요.
  • 제레마이어
    제가 당신을 미워할 이유가 어디있습니까. 그리고... ... 전에 먼저 이야기해줄 것처럼 굴어놓고 알려주지 않았던 것도 신경 쓰이고, 무엇보다도 당신이라면 얘기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그렇습니까. (다시금 미소짓는다.)예, 그리 말해주시니 실망시키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군요.이겨내고 지키겠습니다. (이어 제 눈을 바라보면 피하지 않는다. 뒤를 잇는 말엔 고개를 젓는다.) 당신은 모르겠지만 아마 저 혼자서는 발견하지 못 했을 겁니다. 어둠 속을 헤매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제라 당신이 제 길을 밝혀줘서 고마운 거고요.
  • 제레마이어
    (이어지는 농엔 멋쩍어 하는 기색은 없다. 티나진 않지만 밝은 표정이다.) 당신은 특별한 사람이 맞습니다. 그리고 특별하지 않다 하더라도 저는 지금과 다를 것 없는 태도로 당신을 대했겠죠. 당신이 걸어온 길은 언젠간 별처럼 빛나 다른 사람을 이끌어주게 될 겁니다. (떨어졌던 시선이 다시 올라와 제 눈을 마주하는 것을 본다. 별과 눈을 마주친다면 이런 감각일지도 모르겠다. 뺨이 붉어진 모습엔 저도 귓가가 뜨거워진다.) ... 아, 예. 반드시 방문하겠습니다. (퍼뜩 답한다.) 그나저나 마지막 무대라니. 매일 보러 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게 됐군요.
  • 오제라
    뭐어, 서운하기는 했죠. (전혀 그렇지 않은 투로 이야기를 하고서는 웃었다.) 가까워진 것 같아서 좋네요. 다가가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가벼이 말을 하고서는 이어지는 이야기에는 부러 대답을 하지 않고서는 고개를 들었다.) 흐음, 저도 실망시키지 않게 노력해야겠는걸요. (잡은 손을 잡은 채로 다가서서는 제 팔을 벌려 보였다.) 이젠 위로할 차례겠군요? 아쉬워하지 마세요. 매일매일 무대에 오르진 못해도 잊지 못할 무대를 보여드릴 거예요. 그리고 매일 찾아오지 말라는 말은 안 했는데도요? 저 서운해지려고 해요. (눈썹을 내려 보며 얼른 답하라는 듯 채근했다.) 물론 저 말고도 약속이야 많겠지만요. 라우스라의 일도 바쁠 테고요. 무대 아래서의 저는 궁금하지 않으세요?
  • 제레마이어
    (서운하다는 투가 아닌 건 알았지만 괜히 미안한 마음에 멋쩍어했다.) 가까워진 것 같은 게 아니라... ... 충분히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건넨 말에 별다른 답이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았다. 팔을 벌려보이면 잠시 눈만 깜빡이다가 옅게 웃음짓고는 조심스레 팔을 뻗어 안는다, 어깨에 고개를 기대어본다.) ... 위로해줘서 고맙습니다. (뒤를 잇는 말엔 퍼뜩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한다.) 아, 아니. 물론 알고 있습니다. 할 수 있다면 매일... 찾아가겠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제라 당신을 보러 가는 길이니... 바쁘지 않은 일은 잠시 미뤄놔도 괜찮겠죠. 무대 위의 당신도, 그 아래 일상을 사는 당신도 궁금합니다. 제게 보여줄 이야기가 기대되는군요.
  • 오제라
    후후, 그런가요? 가까워진 것에 후회는 하지 않고요? (허리에 팔을 둘러 끌어안 듯 하고서, 한 손으로는 기대온 머리를 쓰담았다.) 위로라고 해서 별건 없지만 말이에요. 정말 수고 많았어요.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하는 것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바라보다가, 소리 내어 웃어버리고 말았다.) 찾아온 뒤에는 제가 찾아갈게요. 마이어가 말했듯 오래 기다리게 하진 않겠어요. (이어지는 이야기에는 제 얼굴을 품에 파묻고선 말을 이었다.) 너무 기대는 말고요. 당신 눈에 찰지 모르겠어요. 찾아오면 제 이야기들을 해드릴게요. 사막에서 어쩌다 이곳까지 올라오게 되었는지까지. (단단히 지탱하는 몸에 가만있다, 떨어져서는) 하지만 약속을 못 지키게 되어도 실망은 하지 않겠어요. 알겠죠? 일도 중요시하고요. (손을 들어 제 손가락을 걸고서는 흔들었다.) 행복해 보여 다행이에요, 제레마이어.
  • 제레마이어
    후회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만약, 지금 당신이 이 자리에 없었다면 조금 후회했을지도 모르지만... (작게 중얼거린다. 제 머리를 쓸어주는 손길엔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평소와 같은 웃음소리며 제가 건넨 말을 기억하는 모습엔 옅게 웃음지었다.) 예, 오래 기다리게 하진 말아주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 라우스라의 바다가 어떤지 보여드리고 싶군요.(품에 고개를 파묻으면 잠시 손이 갈 곳을 잃었다가 조심스레 머리칼을 쓸어준다.)아까 말하지 않았습니까. 당신은 특별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특별하지 않더라도 제게는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될 겁니다.(제게서 떨어지면 아쉬운 얼굴이다.이어지는 말엔 끄덕인다.) 애초에 그럴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일도, 당신과의 약속도 중요하게 여기지요. (손을 내어주곤 마주 흔들었다.) ... 덕분입니다. 오제라.